"일주일 새 75% 급락"…코인 뺨치는 주식, 주식 뺨치는 코인 [한경 코알라]

입력 2023-11-22 09:58   수정 2023-11-22 10:04



코인, 알고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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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가상자산 증권성의 해
되돌아보면 2023년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증권'이었다. 연초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거래소들이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여러 건의 기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상자산의 '증권성'이 이슈가 됐다. 작년 테라·루나 사태와 FTX 사태 이후 줄어든 트레이더들의 활동은 이에 따라 더욱 위축됐다.

국내에서는 올해 2월 '토큰 증권(Security Token)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이 발표됐다. 이어 7월에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 초안이 공개되며 큰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정부의 행정지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블록체인 자산군에 접근이 어려웠던 제도권 금융에서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연말로 갈수록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제도화가 완비된 증권시장에서 비트코인을 큰 비용손실 없이 거래할 수 있는 도구인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대규모 기관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한다.

1차 법안(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통과돼 내년 7월 시행을 앞둔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는 가상자산을 여러 유형의 증권, 특히 주식과 비교하며 여러 의견을 내고 있다.
코인이 주식처럼 보이는 이유
코인은 주식처럼 보인다. 종목명과 티커가 있고, 시세가 움직인다. 거래소에 들어가 보면 빨간색 양봉과 파란색 음봉이 그려지고, 매수매도 호가와 체결현황이 보인다. 많은 사람이 사고팔아 누구는 이익을, 누구는 손해를 본다.

물론 두 시장 간에는 차이도 있다. 코인 시장에는 상한가도, 하한가도 없다. 개장 시간도, 폐장 시간도 없이 24시간 365일 돌아간다. 한 시간 만에 100% 상승, 하루 만에 90% 하락이 가능한 코인 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더 재미있고, 더 짜릿하고, 더 스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코인 시장을 투기로 점철된 도박판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코인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 중 가치 투자 또는 상대가치 평가를 통해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곧 충격을 받게 된다. 주가순자산(PBR), 주가매출비율(PSR), EV/EBITDA 등의 지표를 통해 적정가치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청산가치라도 구해 보려 하지만, 발행 주체의 순자산가치 산정조차 어렵다. '코인에 무슨 가치가 있냐'라는 말이 나온다.

전 SEC 국장인 존 리드 스타크가 "암호화폐는 아무것도 아니다. 현금흐름도 없다. 수익도 없다. 대차대조표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Crypto represents nothing. There's no cash flow. There's no earnings. There's no balance sheet. There's nothing to it)"고 말한 것과 같은 결이다.

조금 더 살펴본 사람들은 코인의 발행 주체의 상당수가 주식회사가 아닌 재단이나 비영리법인 형태이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케이맨 제도, 세이셸 등 조세회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역시 다 사기'라며 혀를 차게 된다.
코인은 주식이 아니게끔 만들어졌다
주식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코인을 평가하니 사기처럼 보인다. 발행사가 주식회사도 아니고, 매출도 자산도 변변찮다. 의결권이나 배당금 같은 주주의 권리도 없다. 이는 당연하다. 왜냐하면 코인은 회사의 지분이나 구성원의 지위를 나타내는 주식, 또는 주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인의 가치는 발행사의 회계장부가 아닌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용도와 가치, 그리고 그 네트워크 안에서 해당 코인의 기능에서 나온다.

모든 코인의 조상님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사용료이자 참여 보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후 나타난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카르다노, 트론 등도 그 기본적인 기능은 대동소이하다. 비트코인부터 회사의 주식이 아닌 탈중앙화 프로토콜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설계됐고, 이는 다른 '블록체인'들이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증권법 위반이라는 리스크를 굳이 질 이유가 없다. 즉, 코인을 설계하고 발행할 때 주식이 아니게끔 만드는 것이다. 코인 발행자는 코인 보유자가 발행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나 확정된 수익 등을 약속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투자(investment), 판매(sales), 이자(interest) 등의 단어도 피하는 경우가 많다. 법적 불명확성이 제거된 스위스나 싱가포르, 또는 조세회피처에 비영리법인 등을 설립해 코인을 발행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법을 피해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 법이 갖추어진 곳에서 합법적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2017년 전후 초기 코인 공개(ICO)가 대유행할 때부터 대다수의 국내외 거래소들은 코인을 상장할 때 '법률의견서(legal note)'를 받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 법률의견서에는 '관할국의 법률상 이 코인은 증권으로 볼 소지가 없다'라는 내용이 항상 포함돼 있었다.

시장에 참가하는 개인 투자자들이야 주식과 코인의 차이를 몰라도 무방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의 제도화 방향성이 결정되고 있는 이 중요한 시점에 입법과 규제의 틀을 잡는 각국의 의사결정권자들과 전문가들은 그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입법과 행정을 추진하거나 자문하는 전문가들도 주식을 판단하는 프레임으로 가상자산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차트가 그려지고 시세가 움직인다고 해서 정부와 전문가들도 무의식적으로 가상자산도 주식의 일종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그런 시각으로 가상자산과 거래소에 대한 기소를 남발하다가 정치적 사면초가에 처했다. 지난 9월 27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겐슬러 의장이 '포켓몬 카드의 증권성'을 묻는 말에 즉시 대답하지 못하는 장면이 그 정점이었다.

사람을 태우고 날아다니는 드론을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이라고 부른다. UAM은 지면에 붙어 다녀야 하는 자동차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러나 사람이 타는 운송 수단이라고 해서 이것을 자동차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곤란하다. 바퀴도 없고, 엔진도 없다. 앞뒤 범퍼도 없고, 사이드미러도 없다. 자동차 기준으로 UAM은 주행도 불가능하고 안전하지도 않은 '몹쓸 물건'이 된다. 주식이라고 판단될 여지를 최대한 제거하고 만든 코인을 주식의 기준으로 판단하며 '몹쓸 주식'이므로 '사기다'라고 단정하는 것과 같다.

호재 없는 급등과 이유 없는 급락은 코인 시장에서도, 주식시장에서도 일어난다. 코인 시장이 주식시장보다 변동이 빠르고 급격할 뿐이다. 비정상적 급등과 급락 속에서 누군가는 큰 이득을, 순진한 개미는 큰 손해를 본다. 코인과 주식의 법적 지위나 특성에 대한 논의를 떠나, 건전한 시장 질서의 확립과 준수는 두 시장 모두에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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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연구위원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h4>기자 프로필</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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